목회 수상

코스모폴리탄의 축제

관리자
2024-08-03

예전에 한인교회의 부목사로 사역할 때, 교회에서 지교회를 개척하며 선교 담당이었던 제가 멕시코 출신의 라티노 노동자를 데리고 다니며 교회 사택을 한 달 가량 공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한참 뜨거운 땡볕 아래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던 아주 유쾌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라티노 친구와 한 달 가까이 같이 다니면서 ‘이것이 미국 생활의 축복이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울질이 강한 한국 사람들의 성품과 다른 유쾌한 성품을 지닌, 다른 인종의 친구와 함께 살아가며 배울 것이 참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축제라 불리는 하계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누가 금메달을 땄고, 한국의 성적은 어떻고, 기록이 어떻게 경신되었는지 연일 흥미로운 뉴스가 TV와 온라인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 선수의 활약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내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은 것을 느끼면서 ‘아, 아직까지 한국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생활 10년이 지나면서 생기는 거리감도 있습니다. 내 고국인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 변하고 있고, 늘 갈등과 경쟁을 통한 힘의 우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강대국에 대한 시선도 좀 더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려한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의 축제도 4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린 선수들의 노력이 금-은-동의 순위로 결정되고, 그 국가의 경쟁력도 메달의 숫자로 판가름 나는 축제의 모습에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요새는 또 기존의 언론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정제되지 않은 채로 올림픽을 통해 국가 간의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주장을 저는 더 회의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국가와 민족보다 더 중요한 이념이 저에게는 기독교 신앙이고 교회란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주체성을 “타자를 위한 존재”로 본 철학자 레비나스는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고 최고의 가치로 삼기 위해 타자를 ‘배제’하는 것을 인류의 근본적 악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인류의 악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타인의 얼굴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 얼굴 안에서 타인의 모습을 발견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올림픽이 이런 가치와 의미를 지닌 세계인의 축제가 되려면, 서로 다른 나라와 인종을 지닌 젊은이들이 모여 서로의 다름 안에서도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때뿐일 것입니다. 


초대교회에서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은 사도 바울이 다른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 바로 그가 코스모폴리탄(세계 시민)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다소 출신의 부유한 상인 집안의 자제로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자였고, 또 성장하면서 당시 시민의 덕목인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뿌리를 찾아 가말리엘의 후예로서 탁월한 바리새파 교육을 받은 율법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안에 서구사회를 지탱해 온 두 가지 뿌리, 즉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바울은 세계를 위한 복음의 전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교회의 역사는 왜 최초의 교회인 예루살렘교회가 화석화되고, 바울 사도를 파송했던 안디옥교회와 같은 이방교회가 성장했는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유대인과 성전, 율법이라는 인종적, 교리적, 공간적 폐쇄성에 놓여있는 집단은 역사의 뒤로 사라져갔지만, 폐쇄된 경계를 넘어 세계를 향해 깨어있던 교회가 살아남아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이 미국 안에서 한국교회로 모인다는 점이 우리가 다 세계 시민,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가는 축복의 조건임을 올림픽 축제를 보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샬롬!

담임목사 :  이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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