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27일 토요일, 제가 전방인 연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어느 날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날부터 이틀 동안 700mm가 넘는 비가 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침수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이날 새벽에 상황실 초소 근무를 마치고 막 교대하려던 참에 후임병 하나가 급히 찾아 연대본부 지휘통제실로 따라가 보니, 간부와 병사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굳어있는 표정으로 저를 기다리시던 연대장님께서 계셨습니다. 홍수로 인해 비상이 걸려 간부들이 모두 소집된 자리에서 연대장님께선 사병인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지시를 마지막으로 내리셨습니다. 그 내용은 “이제 할 수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 빨리 교회 신우들을 모아 이 자리에서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전 연대의 모든 병력이 완전군장에 만약을 위해 파기시킬 부대 비밀문건만을 지참한 채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 연대 관할이었던 4대대(사단 신병교육대)는 갑자기 차탄천의 물이 불어 간부와 조교, 훈련병 400여 명이 내무반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단 한 순간에 400명의 목숨이 성난 물줄기 앞에 아무 대책 없이 놓여 있던 것이죠. 하지만, 비가 와서 헬기를 띄울 수도 없고, 도로 자체가 침수되어 차량을 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보병부대이기에 보트 같은 구조 장비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사단 전체에서 사망자 수가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 중에서도 김안식 대령님은 연대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명령을 내리고서 마지막으로 연대군종이었던 저와 중대군종들과 함께 지휘통제실에서 모든 간부들이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휘관의 신앙덕분이었는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신병교육대 부대입구에 있던 건평120평으로 막 신축했던 조립식 교회가 급류에 갑자기 무너지며 물길을 막고 흩어놓아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수백 명의 병력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물살을 갈라 헤엄쳐 건너려던 2명의 병사들이 사나운 물살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전군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우리 사단에서만 막사가 매몰되고 벙커와 철책이 무너지는 등의 사고로 30여 명의 꽃다운 젊은 병사들이 사망했는데, 저희 연대는 가장 많은 최악의 참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그날을 떠올리면 다급하게 먼저 무릎을 꿇으시고 기도하시던 연대장님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또 다른 무서운 기억은 2002년 8월 31일 동해안에 상륙한 태풍 ‘루사’에 대한 기억입니다. 저의 두 번째 목회지였던 강원도 양양의 상운수표교회로 부임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던 때였죠.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이라 분주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던 중 어수선한 소리가 나 밖을 나가보며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낮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해변가의 마을까지 물이 쏟아져 들어와 마을 전체가 눈 깜짝 할 새 잠겨 버렸던 것이지요. 교회와 사택이 위치한 언덕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이미 언덕 아래의 교회 교육관과 봉고차는 침수되고 있어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교인들이 걱정돼 전화를 돌려도 먹통이었고, 교회와 50m 정도 떨어져 살고 계시던 권사님이 걱정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헤엄쳐 가던 중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교우들은 피난(?)을 무사히 가셨습니다. 다음 날 침수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다가 예배 시간이 되어 경황 없이 진흙 묻힌 옷으로 예배 드리러 오신 성도들을 보며 설교하다가 그만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루사’에 대한 경험은 그분들에게 지금까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4등급의 어마어마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로 상륙해 조지아를 관통해 올라갔습니다. 조지아에서만 지금까지 1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이 태풍에 우리 성도들에게 어려움이 생기지 않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회복의 손길이 함께 하길 기도할 뿐입니다. 언젠가 다가올 인생의 허리케인을 경험하며 좌절하게 될 때,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던 연대장님의 목소리를 다시 상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돌이켜 회개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
1996년 7월 27일 토요일, 제가 전방인 연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어느 날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날부터 이틀 동안 700mm가 넘는 비가 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침수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이날 새벽에 상황실 초소 근무를 마치고 막 교대하려던 참에 후임병 하나가 급히 찾아 연대본부 지휘통제실로 따라가 보니, 간부와 병사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굳어있는 표정으로 저를 기다리시던 연대장님께서 계셨습니다. 홍수로 인해 비상이 걸려 간부들이 모두 소집된 자리에서 연대장님께선 사병인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지시를 마지막으로 내리셨습니다. 그 내용은 “이제 할 수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 빨리 교회 신우들을 모아 이 자리에서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전 연대의 모든 병력이 완전군장에 만약을 위해 파기시킬 부대 비밀문건만을 지참한 채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 연대 관할이었던 4대대(사단 신병교육대)는 갑자기 차탄천의 물이 불어 간부와 조교, 훈련병 400여 명이 내무반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단 한 순간에 400명의 목숨이 성난 물줄기 앞에 아무 대책 없이 놓여 있던 것이죠. 하지만, 비가 와서 헬기를 띄울 수도 없고, 도로 자체가 침수되어 차량을 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보병부대이기에 보트 같은 구조 장비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사단 전체에서 사망자 수가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 중에서도 김안식 대령님은 연대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명령을 내리고서 마지막으로 연대군종이었던 저와 중대군종들과 함께 지휘통제실에서 모든 간부들이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휘관의 신앙덕분이었는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신병교육대 부대입구에 있던 건평120평으로 막 신축했던 조립식 교회가 급류에 갑자기 무너지며 물길을 막고 흩어놓아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수백 명의 병력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물살을 갈라 헤엄쳐 건너려던 2명의 병사들이 사나운 물살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전군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우리 사단에서만 막사가 매몰되고 벙커와 철책이 무너지는 등의 사고로 30여 명의 꽃다운 젊은 병사들이 사망했는데, 저희 연대는 가장 많은 최악의 참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그날을 떠올리면 다급하게 먼저 무릎을 꿇으시고 기도하시던 연대장님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또 다른 무서운 기억은 2002년 8월 31일 동해안에 상륙한 태풍 ‘루사’에 대한 기억입니다. 저의 두 번째 목회지였던 강원도 양양의 상운수표교회로 부임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던 때였죠.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이라 분주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던 중 어수선한 소리가 나 밖을 나가보며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낮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해변가의 마을까지 물이 쏟아져 들어와 마을 전체가 눈 깜짝 할 새 잠겨 버렸던 것이지요. 교회와 사택이 위치한 언덕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이미 언덕 아래의 교회 교육관과 봉고차는 침수되고 있어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교인들이 걱정돼 전화를 돌려도 먹통이었고, 교회와 50m 정도 떨어져 살고 계시던 권사님이 걱정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헤엄쳐 가던 중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교우들은 피난(?)을 무사히 가셨습니다. 다음 날 침수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다가 예배 시간이 되어 경황 없이 진흙 묻힌 옷으로 예배 드리러 오신 성도들을 보며 설교하다가 그만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루사’에 대한 경험은 그분들에게 지금까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4등급의 어마어마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로 상륙해 조지아를 관통해 올라갔습니다. 조지아에서만 지금까지 1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이 태풍에 우리 성도들에게 어려움이 생기지 않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회복의 손길이 함께 하길 기도할 뿐입니다. 언젠가 다가올 인생의 허리케인을 경험하며 좌절하게 될 때,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던 연대장님의 목소리를 다시 상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돌이켜 회개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